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저절로 하늘이 내려준 축복처럼
그가 내게로 왔다.
나는 늘 그 자리에 서 있었는데
공전하는 지구 덕에, 어느새
어느새 내가 그대 곁에 가 있다.
이별이 무서워 아예 사랑은 시작도 않았는데
내 겁을 묶는, 그대
질기디질긴 겁(劫)의 인연을 쥐고 있다.
살다 보면, 잃어버리는 아픔도 쉬
잊게 하는, 그저 하늘에서 나리는
첫눈 같은 축복이 있다
여린 날개 팔락이며 행복해하는 나비처럼
나를 사정없이 무모의 바다로 끌고 가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 오늘 내게로 왔다.
- 배찬희, '내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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