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인기검색어
1 온생화폐
2 개업 4
3 생일 1
4 달보
5 합격 4
6 결혼 7
7 편지 4
8 모임 7
9 진급 5
10 커피와
0
커뮤니티
자유게시판 PDB(PublicDB) Home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트위터로 보내기 인스타그램 추천
@오늘은 어버이날 @ 2024-05-08 08:53:55
작성자   온라인생_1 rugen1551@naver.com 조회  35   |   추천  8
첨부파일 : 1715126035-97.jpg

굽은 소나무



저녁상을 물리고 나서 어머님이 물었습니다.



"그래, 낮엔 어딜 갔다 온거유? "

"가긴 어딜가? 그냥 바람이나 쐬고 왔지! "



아버님은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 그래 내일은 무얼 할꺼유? "

" 하긴 무얼해? 고추모나 심어야지~ "

" 내일이 무슨 날인지나 아시우? "

" 날은 무신 날! 맨날 그날이 그날이지..."

" 어버이날이라고 옆집 창식이 창길이는 벌써 왔습디다."



아버님은 아무 말없이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당겼습니다.



"다른 집 자식들은 철 되고 때 되면 다들 찾아오는데, 우리 집 자식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원..."



어머님은 긴 한숨을 몰아쉬며 푸념을 하셨습니다.



"오지도 않는 자식놈들 얘긴 왜 해? "

"왜 하긴? 하도 서운해서 그러지요. 서운하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니유? "

"어험~ "



아버님는 할 말이 없으니 헛기침만 하셨습니다.



"세상 일을 모두 우리 자식들만 하는지...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자식 잘 못기른 내죄지... 내죄야! "



어머님은 밥상을 치우시며 푸념 아닌 푸념을 하셨습니다.



"어험! 안오는 자식 기다리면 뭘해?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지.."



아버님은 어머님의 푸념이 듣기 싫은지 휭하니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다음 날, 어버이날이 밝았습니다. 조용하던 마을에 아침부터 이집저집에 승용차가 들락거렸습니다.



"아니 이 양반이 아침 밥도 안 드시고 어딜 가셨나? 고추모를 심겠다더니 비닐하우스에 고추모도 안 뽑고.."



어머님은 이곳 저곳 아버님을 찾아봐도 간 곳이 없었습니다.



"혹시 광에서 무얼하고 계시나? "

광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거기엔 바리바리 싸 놓은 낯설은 보따리가 2개 있었습니다. 보따리를 풀어보니 참기름 한병에 고추가루 1봉지, 또 엄나무 껍질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큰 아들이 늘 관절염 신경통에 고생하는 걸 알고 준비해 두었던 것입니다.



또 다른 보따리를 풀자, 거기에도 참기름 한병에 고추가루 1봉지, 민들래 뿌리가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작은 아들이 늘 간이 안 좋아 고생하는 걸 알고 미리 준비해 두셨나 봅니다. 어머님은 그걸 보시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언제 이렇게 준비해 두셨는지... 엄나무 껍질을 구하려면 높은 산엘 가야하는데, 언제 높은 산을 다녀왔는지.. 요즘엔 민들레도 구하기 힘들어 몇일을 캐야 저 만큼 되는데... 어젠 하루종일 안 보이시더니, 읍내에 나가 참기름을 짜 오셨던 것입니다.



자식 놈들이 이 마음을 알려는지... 어머님은 천천히 발을 옮겼습니다. 동네 어귀 장승백이에 아버님이 홀로 앉아 계셨습니다. 구부러진 허리에 초췌한 모습으로 저 멀리 동네 입구만 바라보고 계십니다. 어머님은 아버님의 마음을 잘 알기에 시치미를 뚝 떼고,



"아니 여기서 뭘 하시우? 고추모는 안 뽑구?"

"........."

"청승 떨지말구 어서 갑시다. 작년에도 안오던 자식놈들이 금년이라구 오겠수? "



어머님이 손을 잡고 이끌자, 그제서야 아버님은 못이기는 척 일어났습니다.



"오늘따라 날씨는 왜 이리 좋은거여? 어서 가서 아침 먹고 고추모나 심읍시다 "

" ..... "



아버님은 아무 말없이 따라 오면서도 자꾸 동네 어귀만 쳐다보셨습니다.



"없는 자식복이 어디서 갑자기 생긴다우? 그냥 없는듯 잊고 삽시다 "

"험험 ... "



헛기침을 하며 따라오는 아버님이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들 오면 잡아주려고 애지중지 길러왔던 씨암탉을 보고...



"오늘은 어버이날이니 우리 둘이 씨암탉이나 잡아 먹읍시다. 까짓거 아끼면 무얼하겠수? 자식 복두 없는데.. "

" ...... ",



아침 밥상을 차리면서

"오늘은 고추모고 뭐고 그냥 하루 편히 쉽시다. 괜히 마음도 안 좋은데 억지로 일하다 병나면 큰 일 아니우? 다른 집들은 아들 딸들이 와서 좋은 음식점에 외식이다 뭐다 하는데... 우린 씨암닭 잡아 술이나 한잔 합시다."

"험험 ... ",



그때였습니다. 아침 상을 마주하고 한 술 뜨려하는데...



"아브이 어므이~ " 하면서 재너머 막내 딸과 사위가 들이닥쳤습니다.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를 심하게 저는 딸이라 늘 구박만 주었던 딸인데, 사위랑 함께 땀을 뻘뻘흘리며 헐레벌떡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니 니가 어떻게.. 제 몸 하나 잘 가누지 못하는 니가 어떻게 왔니? "

"어므이 아브이! 오늘 어브이날이라 왔어. 아브이 좋아하는 쑥버므리떡을 해가지고 왔어."



그러면서 아직 따끈따끈한 쑥버므리떡을 내 놓는 것이 아닙니까?



"아니 이 아침에 어떻게 이 떡을 만들었니? "

"저이하고 나하구 오늘 새벽에 만들었어. 맛이 있을런지 몰라. 히히"

"이보게! 박서방! 어떻게 된건가?"

"네! 장모님, 저사람이 어제부터 난리를 첬어요. 장인 어른께서 쑥버므리떡을 좋아하신다고 쑥 뜯으러 가자고 난리치고, 또 밤새 울거내고 새벽부터 만들었어요."

"그랬구나... 그런데 왜 이렇게 땀을 흘리고 왔어? 천천히 오지? "

"저 사람이 쑥 버므리떡은 따끈할 때 먹어야 맛있다고 식기 전에 아버님께 드려야 한다고 뛰다시피해서 가지고 왔어유."

"에이구. 몸도 성치않은 자식인데... "



소아마비로 인해 딸의 몸이 성치 않아 몇 년전 한쪽 다리가 불구인 사위를 얻어 시집을 보냈던 딸이었습니다. 언제나 어머니 마음 한구석에 아픔으로 자리했던 딸이었기에 그저 두내외가 잘 살기만을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어느 사이 어머님의 눈가엔 눈물이 배어 나왔습니다.



"참! 아브이 어므이 이거!! " 하면서 카네이션 두송이를 꺼내어 내밀었습니다.

"저 이가 어제 장터에 가서 사왔어 이쁘지? 히히 "

"내가 달아드릴께..." 하면서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드렸습니다.



"아브이 어므이, 오래오래 살아야 돼! 알았지? 히히..."

"그래 알았다. 오래 살으마! 너희들도 행복하게 잘 살아라! 박서방 정말 고맙네!"

"아니에요 장모님! 두 분 정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유."

"그려 그려. 정말 고맙네!"

"아브이 어므이, 어서 이 쑥떡 먹어봐! 맛이 어떨런지 몰라... 히히!"

"그래, 알았다."



아버님과 어머님은 쑥버므리떡을 입에 넣으며 목젖이 울컥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눈가엔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애써 참으며...



"그래 참 맛있구나! 이렇게 맛있는 쑥떡은 처음 먹어보는구나... 당신도 그렇지요? "

"흠흠 으응..."



아버님은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셨습니다.



"참! 술 술..."



사위가 잊었다는듯 보따리에서 술병을 꺼냈어요.



"이거 아브이 어므이 드린다구 박서방이 산에서 캔 산삼주야. 작년에 산에 갔다 캤는데, 팔자구 해두 장인어른 드린다고 안팔구 술 담은거야."

"박서방이 산삼을 캤구먼 "

"네! 작년에 매봉산에서 한 뿌리 캤시유."

"에구,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산삼주를 받아든 아버님의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평생 홀아비로 늙어갈 몸인데, 저렇게 이쁜 색시를 주셔서 넘 고마와유! "

"무슨 소린가? 몸도 성치 않은 딸 자식을 받아준 자네가 고맙지!"

"아녀유. 저한테는 너무 과분한 색시구먼유 "

"그려그려... 앞으로도 못난 자식 잘 부탁하네!"

"장인, 장모 어르신! 오래오래 사세유~ "



아버님은 눈시울이 뜨거워 더 이상 앉아 있지 못하고 슬며시 일어나 나가셨습니다.



병신 자식이라 불쌍하게만 생각했지, 아들처럼 공부도 안 시켰고 결혼식도 안 올리고, 그냥 시집보낸 딸 자식이었는데...

그저 시집 보냈으니 있는듯 없는듯 신경도 안쓰던 그 자식이 어버이날이라고 이렇게 불쑥 찾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쑥버므리떡을 밤을 새워가며 해가지고 올 줄이야... 내 평생 이렇게 맛있는 떡을 먹어 본 적이 있었던가?



무엇이든 아들 형제만 주려고 생각했지, 병신 딸은 언제나 안중에 없었습니다. 행여 병신 자식이라고 업신여겼던 자신이 한 없이 부끄러웠습니다.



불구의 몸이지만, 딸의 마음이 저렇게 깊은 줄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아들들 때문에 서운했던 마음이 딸로 인해 풀어졌습니다.

먼 아들보다 가까운 딸 자식이 소중한 것을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가슴 저 깊은 곳이 아려왔습니다. 정말 딸자식이 고마웠습니다. 아니 많이 미안했습니다.



한참 뒤 밖에서 씨 암닭 잡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잘난 자식들 주려고 키웠는데, 못난(?) 딸자식 주려고 잡나 봅니다.



"우리 귀한 사위에게 주려고 장인어른이 씨 암닭 잡나보네"

"어이구 황송해서 어쩌지요? 장모님?"

"아닐세... 자네는 씨암닭 먹을 자격이 충분하네!"

"장모님, 고마워유 "



옛말에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고 했습니다. 몸도 성치 않은 딸자식이 진정한 효도를 행하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효(孝) 라는 것을 몇 가지로 정의해서 말할 수는 없겠으나 품안에 있을 때 자식인 것처럼 부모님이 살아 생전의 효도가 진정한 효도의 의미를 갖습니다.



"주자10회훈" 중에도 '불효부모 사후회 (不孝父母 死後悔)'가 으뜸이듯, 부모님이 살아 생전에 효도하지 아니하면 소천하신 후에 반드시 후회한다 했습니다.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살아생전 잘 모셔야 그것이 효도이지 소천하신 후에 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려 놓고 제사를 지내야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부모 없이 태어난 자식은 없어요. 어버이날에 너무나 당연한 말씀이 되겠지만 하늘같은 부모님 은혜는 언제라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기쁘고 행복한 수욜 어버이날입니다!



샬롬?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추천 소스보기 
목록
금은동화/추천으로 글쓴이에게 마음 전하기
1,000Point 500Point 100Point
상품구매/경조사비
(온생화폐 로고 클릭)
자유구매
- 이전글 : ♧혼자의 영혼이 외로워할 때 ♧ 2024-05-07 11:32:12
- 다음글 : @만수무강 하소서 @ 2024-05-08 10: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