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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뱃사람 부족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이들은 원래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들이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언젠가부터 항해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 여전히 배를 가지고는 있었지만 누구도 바다를 항해할 마음이 없었다. 남은 것이라고는 옛 시절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들이 바다의 주인이라는 근거 없는 신념뿐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그들에게 하나의 재앙이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섬은 그리 크지도 않을 뿐더러 대부분 척박한 산이어서 섬의 인구에 필요한 곡물, 채소, 과일을 재배할 공간이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섬에서 아주 멀지 않은 바다 건너편에는 과일나무가 가득한 군도가 있었다. 그들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통해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교사들은 그곳에 가 본 적은 없지만 그 경이로운 군도에 대한 이야기와 과거의 위대한 항해에 대해 들려주곤 했다. 또한 조상이 그랬던 것처럼 그곳으로 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삶을 개선하려는 노력보다 무관심과 나태가 그들의 마음을 지배했다. 모험을 시도할 용기도 없었다.
어느 날 여행자가 이 섬에 왔다. 그는 모든 것이 풍부한 그 군도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그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인기를 얻었다. 그동안 교사들이 해 준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가 군도에서 열리는 과일의 맛과 향기를 묘사하면 사람들은 실제로 나무의 꽃 내음을 맡고 혀끝으로 과일의 맛을 느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또 한 가지 흥미로운 특징이 있었는데, 풍요로운 군도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까지 교사들이 말한 사실들과 일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스스로 모순되는 내용도 있었다. 군도가 다섯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가 일곱 개라고 말하기도 하고, 큰부리새의 부리 모양을 한 반도라고 하기도 하고 생강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기도 했다. 유일하게 일관된 것은 그의 이야기가 지닌 생생함이었다. 교사들은 이야기꾼의 오류를 바로잡으려고 시도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이었다.
이야기꾼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동시에 섬사람들에게 깊은 갈망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그때까지는 없던 일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군도에 대한 꿈을 꾸고, 집 앞에 앉아 지도를 그리고, 바람과 해류에 대해 논의하고, 항로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배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 배가 진짜 배라는 것을, 또한 그 배를 타고 자신들의 해안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몇 사람은 배를 수리해 바다에 띄웠고, 이야기꾼이 묘사한 항로를 따라 항해를 시작했다. 그리고 모험 가득한 여정 끝에 모든 사람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만큼의 과일이 가득한 군도에 이르렀다. 그들은 그 과일들을 섬으로 가져왔다. 이제 그들에게 군도의 모양이나 크기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 여행자는 자신이 이야기하는 장소가 정확히 어떤 모양이며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그 뱃사람 부족 사이에서 진정으로 군도를 탐험한 유일한 교사로 기억되고 있다. 그 이유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이 그 군도를 상상하고, 동경하고, 의문을 품고, 스스로 그곳을 찾아나서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생텍쥐페리는 말했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불러모아 목재를 수집하게 하고, 일감을 분배하고 일을 지시해서는 안 된다. 대신 그들이 광활하고 끝없는 바다를 동경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artwork_Elin Ma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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